파머스빌리지 가는 길이었는데 평소에 못 보던 카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이 길을 가다보면 모두 느끼겠지만, 도저히 뭔가 있을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외진 도로이다.
근데 그 끄트머리에는 대형 브런치카페 파머스빌리지가 있고, 가는 길 중간에는 베이커리카페 문버드가 생겼다.
오호… 서울여자의 양주생활이 점점 재밌어지는군
브런치카페지만 파머스빌리지에서 야무지게 디너 한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버드에 들렀다.
너른 땅에 크고 낮은 건물, 잔디밭 안쪽엔 그 흔한 나무 한그루 없다.
탁 트인 전경이 밝은 날 와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맘에 쏙 들어왔다.
나는 인테리어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림도 잘 모르고, 감수성 충만한 나에게 어느 한 구석 고장난 곳이 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그림에 대해서만큼은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이 카페가 주는 전체적인 느낌과 추구하는 무언가가 내 마음을 쿵 하고 두들겼다.
그럴듯한 인테리어의 카페는 많지만 이렇게 전체적으로 주제를 갖고 건축물부터 소품까지 크고작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건물은 드물 것이다.
단순히 ‘있어보인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주인장의 의도가 있을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 만큼 장소, 배경, 건물, 인테리어 등이 참 조화로워 보였다.
사람들 없는 저녁때 조용히 와서 힐링하다 가고 싶은 곳이다.
B동 외부 벽쪽으로는 딱 2인이 앉으면 좋을 법한 노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 마침 바람도 없어서 우린 이곳에 앉았다.
낮에 와본 적은 없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면 이 건물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가늠해보니 해는 이 건물 뒤로 넘어가는 구조)
노란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는 잔디밭 너머로 “양주의 야경”이 보인다.
서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소소한 아파트 단지들 뿐인 그 어설픈 야경이 참 귀엽고 예쁘다.
‘야경 봐- 너무 좋다- 예쁘다-‘
내가 감탄하자 남친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었다.
양주에서 나고 자란 양주토박이 남친은 저런 야경이 무슨 야경이냐며 핀잔을 줬지만 예쁜건 예쁜거다.
양주도 고읍, 옥정 일대는 서울같은 도시나 다름 없어서 이렇게 탁 트인 뷰를 가진 지대 높은 곳이 인근에 있으리란 기대를 하기 어려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만족스러웠다.
처음 갔을때는 몰랐는데, 두번 째 방문했을 때 알게 된 사실 [문버드] 라고 네이밍한 이유.
메뉴를 받아오는데 명함크기의 카드를 주셨다.
문버드가 ‘붉은가슴도요새’의 별명이란다.
좋은 쉼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어울리는 공간이다.
왜 문버드인지를 알고 나니 입구에 붙은 상징적인 로고? 의 의미를 깨달았다.
동그라미는 지구, 새는 붉은가슴도요새, 그리고 초승달.
지구에서의 달까지의 거리 만큼을 비행하는 이 작은 새의 일생을 상징하는 그림이구나-
음료 한잔값이 밥값정도 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곳이 뷰 맛집을 겸하는 거대한 힐링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납득은 간다.
아무튼 양주 내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가격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곳을 지인들과 다시 찾아간 이유는 힐링이 필요해서였다.
나를 후려치기 하는 이런저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서, 근사한 곳에서 커피값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도 괜찮을만한 존재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두번쨰 방문이 예상과는 다르게 엄청난 수다만 떨다왔지만ㅋㅋ (머쓱..)
힐링은 힐링이지!
요즘 고읍동 하면 흔히 고읍지구 있는 그 번화가 고읍동을 떠올리는데, 파머스빌리지며 문버드 있는 이곳이 찐 고읍동이다. (양주토박이한테 들음)
나리농원 같은데 왔다가 밥먹고 들를만한 카페를 물색한다면 차로 10분 이내 거리이므로 추천드림!
영업시간: 월-토 17:00-24:00 / 23:00 라스트오더/ 매주 일요일 휴무 (비정기 휴무일은 네이버 지도 홈에서 공유해주시는…